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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당하던 후배 ‘잠하둘셋’으로 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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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 13-03-12 17:39
  • 조회 : 6,6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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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상담 우수사례 교과부장관상 수상 김영일군
우리나라 학생들, 친구와 몸으로 친해질 시간 부족해
“용기 내!” 쑥스러워도 청소년다운 대화 오고갔으면

동아리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어 이성친구와 다툼으로 힘들어하던 이아무개군. 여자친구와의 갈등이 동아리에 알려지면서 이군은 스스로 고립감을 느꼈다. 이군은 이 문제로 동아리 동기와 선배들이 고의적으로 자신을 무시하고, ‘불량 학생’으로 바라본다고 힘들어했다. 이군은 지난해 4월7일, 중학교 선배이기도 한 김영일군에게 1차 상담을 요청했다. 김군은 또래상담동아리 ‘온음’의 부장이었다. 첫 상담은 이성친구와의 교제가 힘들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이군은 물론이고 동아리원들에게도 이군의 상황을 이해시키는 등 몇 차례 상담 과정을 진행하면서 4개월이 흘렀다. 이군은 지금 다시 동아리에 복귀해 원만한 교우 관계를 유지한다.

 

김군은 후배를 상담해준 이 사례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주관한 ‘2012년 또래상담 우수사례 보고대회’에서 교과부장관상을 받았다. 30여명의 또래상담동아리 부원들과 매달 50, 60개의 또래 고민 사례를 접하는 김군을 만나 청소년들의 또래관계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또래 후배의 고민을 상담해준 사례로 수상을 했다. 후배 사연에 관심을 기울인 계기는?

 

“중학교 때부터 알던 후배였다. 우연히 같은 고교에 왔는데 그 후배가 속한 동아리에도 내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연히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렇게 오해받을 아이가 아닌데 마음이 안 좋아서 먼저 다가갔다.”

 

-상담의 핵심은 뭐였나?

 

“이 문제는 ‘은근히 따돌린다’는 의미의 ‘은따’ 문제다. 핵심은 가해자들한테 자신들의 행동을 객관화시켜주는 거였다. 후배가 속했던 동아리가 참 괜찮은 친구들이 모인 좋은 동아리였다. 근데 본인들이 하는 행동이 나쁘다는 걸 인식 못 하고 있었다. 본인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면 나아질 수 있겠다 싶어서 웹툰 등 미디어 매체 등을 이용해 학교폭력 가해 장면을 보여줬다. 본래 비뚤어져 있던 친구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된 걸 알아가는 거 같았다.”

 

-상담 사례집을 보면 초기에 상담을 의뢰했던 이군에게 ‘잠하둘셋’, ‘어기역차’를 알려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것인지 설명해달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실시하는 솔리언(solve(해결하다)와 ian(사람을 뜻하는 접미어)의 합성어로 ‘또래의 고민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돕는 친구’라는 뜻)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청소년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또래친구를 어떻게 지지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전문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잠하둘셋’은 ‘잠깐! 하나, 둘, 셋’이라는 뜻이다. 화가 났을 때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자는 거다. ‘어기역차’는 ‘어떤 이야기인지 잘 들어준다, 기분을 이해해준다, 역지사지(공감)해준다, 생각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제일 많이 쓰는 게 ‘아이메시지(I-message) 대화법’이다. ‘나 전달법’이라고 하는데 ‘네가 그렇게 했을 때 내 기분이 어떻다’고 말해주는 걸 뜻한다.”

 

-애초에 또래상담동아리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뭔가?

 

“초등학교 때 1년 정도 싱가포르에서 유학을 했다. 국제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전 인종의 친구들이 다 모여 있었다. 내 학교생활 중 가장 행복한 일 년이었다. 서로 다른 친구들이 모여 있었지만 다툼이 없었다. 행복하게 지냈다. 한국에 와서 친구가 왕따당하는 걸 보고 충격을 먹었다. 상담교사가 조치를 취하긴 했는데 조금 뻔한 교육이 이어져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실질적으로 또래를 돕는 상담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고교에 또래상담동아리가 있어서 활동하게 됐다.”

 

-한국 학생들은 친구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 많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학교에선 앉아서 공부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외국은 다르다. 일례로 싱가포르에서는 과학 시간에 밖에 나가 채집을 하며 놀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놀이터에 나가 술래잡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친구들이랑 몸으로 친해질 시간을 많이 안 주는 것 같다. 또 한국 교육 현실이 지나치게 경쟁을 외치다 보니 친구를 경쟁상대로만 바라보게 되는 것도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성적 만능주의가 있어서 자기보다 공부를 못하면 깔보는 경향들도 있는 거 같다.”

 

-또래 학생이 상담을 해줬을 때 효과가 있다면?

 

“제3자의 입장이 아니라는 거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나 역시 곧바로 체감하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사소한 고민, 아주 일상적인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 또래상담자의 좋은 점 같다. 사소한 친구 관계 고민인데 콜센터에 전화하긴 참 멋쩍다. 또 하나는 끝마무리가 확실히 된다는 거다. 생활을 같이하다 보니 어떤 친구가 친구랑 화해를 한 뒤에도 어색한 상황이라는 게 보인다. 더 도와줄 수 있게 된다.”

 

-교사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예를 들어, 어떤 반에 왕따가 있다고 치자. 담임교사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왕따당하는 피해자만 편애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방치해도 안 되는 문제다. 또래상담동아리 등을 통해 고민 사례가 접수되면 담임교사 등이 동아리 쪽 이야기를 들어주고 협의해서 교실 안에서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한다. 학교마다 또래상담동아리도 활성화가 되고,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의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본다.”

 

-친구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또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서 나만의 철칙이 하나 있다. 무척 유치한 얘기를 유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유치함이 필요하다는 거다. 흔히 말하는 뻔한 얘기 있잖나. ‘너 잘하고 있어!’ ‘친구! 네가 최고야!’ 간지럽더라도 청소년 시기에는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시기에 어른들처럼 관계를 맺으려고 하면 안 된다. 쑥스럽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유치한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믿음이 생기고 서로 의지하게 된다. 또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것만 알고 있어도 관계 고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출처: 한겨레 신문 (2013.3.11)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774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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